2011년 06월 08일
시위허가제를 반대하는 글
한국에서 시위를 하고 싶으면 주무관청에 신고를 해야하고 주무관청은 집시법을 바탕으로 허가와 금지조처를 내린다. 주된 금지 이유는 주요 도로에서 하면 소통을 방해하거나(집시법12조)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기 때문(집시법 5조 1항 2호)이다. 하지만 이런 문언이 대단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공공의 안녕질서를 누가 판단할 것이며 그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하는지 간접적인 영향을 가하는지 누가 판단할 것인가? 주요 도로는 무슨 도로를 주요 도로라고 하는가? 또한 소통방해는 누가 만든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더군다나 집시법 12조 2항은 1항의 예외조건으로 질서유지인을 둘 때 허용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단서에서 다시 심각한 교통 불편의 우려가 있으면 2항의 요건을 충족해도 금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그 '우려'라는건 도대체 누가하는건가? 국민이?
2. 사실상의 금지제/예외적 허가제
위에서 밝힌듯이 저 [명백]과 [우려]와 [교통 소통의 불편] 등은 거의 다 경찰이 판단하는 사항이다. 설령 시위 주체자가 저럴 의도가 없다고 해도 경찰이 그렇게 판단하면 시위를 할 수 없다. 결국 시위를 하고 싶으면 경찰에게 잘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인데, 그러면 과연 집회 및 시위를 허가제라고 볼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집회만 허용하고 이런 저런 이유만 같다 붙이면 만사형통, 불법은 필법, 요따위 말을 내뱉을 것 아닌가?
허가제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사항인데, 현행 집시법은 그런 국민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기본권이라고 무제한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제한시 세심한 고려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같은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기본권은 저런 포괄적 허가제보다는 예외적 금지제로 규정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즉, 금지 사유를 추상적 문언으로 포괄적 열거하는 것은 부당하고 구체적 문언으로(시행령 정도면 괜찮겠다.) 제한적 열거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양심의 자유도 아닐진데, 저렇게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건 명백한 위헌이다.
3. 법치주의를 이야기하려면 법을 알고 이야기하세요
법치주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로 법률과 시행령 위반 사항들에 집착한다. 하지만 법은 기계적인 문구 나열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법에도 이념이 있고 정신이 있다. 그 시대의 국제적/사회적 정서를 집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법이다. 법은 느리게 변화하지만 항상 변화한다. 그 변화는 법의 근본이념에 따른다. 그리고 한 국가의 법의 정신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헌법이다.
그런데 어떤 법규가 헌법이나 자연법에 어긋난다고 보자. 그러면 그 법규를 위반하는 것을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가? 예를 들어, 과거 유신시절 유신헌법에 반한 수많은 사람들, 광주에서 계엄령에 대항한 수많은 시민들은 전부 법치국가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법문언 하나하나에 집착해서는 법을 관통하는 정신을 놓치기 쉽다. 법에는 분명한 흐름이 있다. 그 흐름에, 정신에 반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하는 것이다.
# by | 2011/06/08 18:28 | 트랙백 | 덧글(0)



